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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악마의 유혹과 은빛 늑대의 침묵
서른둘, 지훈에게 세상은 늘 적당한 속도로 흘러갔다. 지난 4년간 그의 발이 되어준 고출력 전기자전거 '썬더'는 시속 25km의 제한 속도 안에서 그를 안전하게 회사로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도로 위를 흐르듯 미끄러지는 내연기관의 배기음이 그의 심장 박동과 엇박자를 내며 뛰기 시작한 것은.
"이제 진짜 엔진을 달 때가 됐어."
지훈은 매뉴얼 바이크 입문을 결심했다. 그의 눈앞에 놓인 두 장의 사진. 하나는 '네오 스포츠 카페'라는 수식어가 붙은 은빛의 혼다 CB125R(21년식), 다른 하나는 날카로운 메스처럼 도로를 찢을 듯한 오렌지색 프레임의 KTM 듀크125(23년식)였다.
지훈은 물건을 끔찍이 아끼는 성격이었다. 전기자전거 배터리 수명을 위해 항상 20~80% 충전 구간을 지켰고, 비가 오는 날엔 자전거를 거실에 모셔두고 닦았다. 그런 그에게 '기계적 신뢰도'는 종교와도 같았다.
어느 주말, 지훈은 중고 매물이 있는 바이크 센터를 찾았다. 먼저 듀크125 앞에 섰다. 23년식의 세련된 TFT 계기판이 화려하게 빛났다.
"와... 이건 그냥 전자제품이네."
날렵한 헤드라이트는 마치
"나를 타면 넌 도로의 주인공이야"
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앉아보니 포지션이 공격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코너를 눕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디자인은 완벽하게 지훈의 취향이었다. 하지만 센터 사장님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다.
"듀크, 예쁘죠. 근데 사장님 성격 꼼꼼하시다면서요? 부품 수급이나 정비성은 각오 좀 하셔야 해요. 오스트리아 형님들이 부품을 늦게 보내주면 한 달은 그냥 서 있어야 할 수도 있어요."
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고 옆에 있는 CB125R을 바라봤다. 둥근 헤드라이트에 현대적인 라인이 가미된 디자인. 앉아보니 시트고가 꽤 높았지만, 차체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이 녀석은 21년식이라 엔진이 바뀌어서 출력도 짱짱해요. 무엇보다 혼다잖아요. 오일만 갈면 지구 끝까지 간다는 놈입니다. 부품값? 듀크 절반도 안 될걸요?"
지훈의 이성은 CB125R을 가리키고 있었다. 출퇴근길에 바이크가 고장 나서 지각하는 악몽, 부품을 기다리며 먼지 쌓인 바이크를 바라보는 고통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퇴근 후 주차장에 세워진 바이크를 뒤돌아봤을 때, 심장이 뛰게 만드는 건 분명 오렌지색 듀크였다.
그날 밤, 지훈은 꿈을 꿨다. 듀크를 타고 출근하다가 전자계통 경고등이 뜨며 멈춰 선 꿈, 그리고 CB125R을 타고 아무 문제 없이 퇴근했지만 지나가는 듀크를 멍하니 쳐다보는 꿈.
"아끼는 물건일수록, 손이 덜 가야 오래 사랑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뜬 지훈은 결심했다. 자신의 성향인 '유지보수와 물건 아끼기'를 만족시키면서, 클러치 조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파트너를 선택하기로. 그는 핸드폰을 들어 센터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저 계약하겠습니다. 그 녀석으로요."
과연 지훈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 문제 해결: "디자인이냐 관리냐, 바린이를 위한 솔로몬의 판결"
질문자님의 성향(물건을 아껴 씀, 유지보수 중시)과 용도(출퇴근 위주, 시외 주행 적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이성적인 추천은 '21년식 혼다 CB125R'이며, 감성적인 추천은 '23년식 KTM 듀크125'입니다. 하지만 '바린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최종 결론을 내려드립니다.
🏆 최종 추천: 21년식 혼다 CB125R
질문자님께서는 "모든 물건을 아껴 쓰는 편이라 유지보수와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문장이 결정적입니다. 입문자에게 바이크가 상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지보수의 압도적 우위: 혼다의 내구성과 부품 수급 능력은 KTM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제꿍(제자리 쿵)이나 슬립 시 수리비 차이가 꽤 큽니다.
DOHC 엔진의 완성도: 21년식 이후 CB125R은 엔진이 SOHC에서 DOHC로 변경되면서 125cc 법적 허용치에 가까운 최고 출력을 냅니다. 듀크에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감가방어: 기변병(다른 바이크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왔을 때, CB125R은 중고 방어가 매우 잘 되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듀크125를 선택해야 하는 유일한 예외 상황:
"CB125R을 사면 주차해놓고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지만, 듀크를 사면 계속 뒤돌아볼 것 같다."
이 정도로 디자인 호불호가 강력하다면 유지비고 뭐고 듀크로 가셔야 후회가 없습니다. 바이크는 감성의 영역이 크기 때문입니다.
📝 두 기종의 뼈 때리는 비교 분석
바이크에 입문하는 30대 직장인의 시각에서 두 모델을 철저하게 해부해 드립니다.
🛠️ 1. 유지보수 및 정비성 (Maintenance)
혼다 CB125R: '기름만 넣고 탄다'는 말이 통용되는 브랜드입니다. 동네 어느 센터를 가도 혼다 부품은 구하기 쉽고, 정비 매뉴얼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소모품(오일 필터, 에어 필터, 브레이크 패드 등) 가격이 저렴하고, 카울(외장 부품)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질문자님처럼 물건을 아껴 쓰며 스트레스 없이 관리하기에 최적입니다.
KTM 듀크125: 'KTM은 고치면서 탄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125cc급은 내구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전기 계통 잔고장(계기판 습기, 센서 오류 등) 이슈가 종종 보고됩니다. 부품 수급이 혼다보다 느리고, 부품 단가가 높습니다. 공식 대리점이나 KTM 전문 협력점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2. 디자인 및 편의 옵션 (Design & Tech)
KTM 듀크125: 이 부분은 듀크의 압승입니다. 23년식이라면 시원시원한 TFT 컬러 계기판이 들어가 있어 스마트폰과 연동도 가능하고, 시각적인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공격적인 헤드라이트와 오렌지색 프레임은 하차감(내렸을 때의 시선)을 극대화합니다.
혼다 CB125R: 네오 스포츠 카페(Neo Sports Cafe) 컨셉으로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공존합니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계기판이 흑백 LCD라 듀크의 화려함에 비하면 심심합니다. 하지만 쇼와(Showa) SFF-BP 도립식 포크 등 하체 스펙은 쿼터급(250cc 이상) 수준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 3. 주행 성능 및 포지션 (Performance)
혼다 CB125R: 21년식부터 적용된 DOHC 엔진은 고회전 영역에서 시원하게 뻗어 나갑니다. 차체 무게(130kg)가 동급 대비 매우 가벼워 컨트롤이 쉽고 연비가 기가 막힙니다. (실연비 40km/L 이상). 시트고(815mm)가 다소 높지만, 차체가 얇아 발착지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KTM 듀크125: 코너링 머신입니다. 차체가 단단하고 서스펜션(WP) 성능이 좋아 와인딩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단기통 특유의 진동이 CB보다 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저속 토크보다는 고회전 위주의 세팅이라 시내 주행에서 변속을 자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 4. 경제성 (Economy)
초기 구매 비용: 중고 가격은 비슷하다고 하셨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유지비: CB125R의 압승입니다. 연비, 보험료(동일), 소모품 교체 비용, 수리비 모든 면에서 혼다가 경제적입니다. 30대 입문자로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싶다면 혼다가 정답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클러치 조작이 처음인데 시동 많이 꺼먹을까요?
🅰️ 네, 처음엔 누구나 꺼먹습니다. 하지만 두 기종 모두 125cc 중에서는 출력이 좋은 편이라 출발이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CB125R은 저속에서의 끈기가 좋고 차체가 가벼워(130kg), 시동이 꺼져 비틀거려도 버티기가 수월합니다. 듀크는 조금 더 무겁고(139kg 건조중량 기준, 장비중량은 더 무거움) 예민할 수 있습니다.
Q2. 출퇴근 복장으로 타도 되나요?
🅰️ 네이키드 장르의 장점이 일상 복장과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구는 필수입니다.
필수: 헬멧(풀페이스 권장), 장갑.
권장: 라이딩 재킷(보호대 내장), 부츠(또는 발목을 덮는 신발), 무릎 보호대.
30대는 다치면 회복이 느립니다. 안전장비에 돈을 아끼지 마세요.
Q3. 21년식 CB125R과 그 이전 연식(18~20) 차이가 큰가요?
🅰️ 매우 큽니다. 21년식부터 엔진이 SOHC(2밸브)에서 DOHC(4밸브)로 바뀌면서 출력이 약 13마력에서 15마력(풀파워)으로 상승했습니다. 또한 프론트 서스펜션도 대폭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중고를 구하신다면 반드시 21년식 이후 모델을 추천합니다.
Q4. 듀크125 잔고장이 그렇게 심한가요?
🅰️ "뽑기 운"이라는 말이 있지만, 125cc 라인업은 인도 생산이라 마감 품질이 일제(혼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냉각수 누수나 계기판 습기, 퓨즈 나감 등의 자잘한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잘해주면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아껴 쓰면서 편하게" 타고 싶은 질문자님의 성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Q5. 전기자전거 타다가 타면 적응이 빠를까요?
🅰️ 균형 잡는 감각과 도로 흐름을 읽는 눈은 이미 갖추셨습니다. 다만, '클러치 감각'과 '스로틀 조작', 그리고 '무게감'은 완전히 다릅니다. 전기자전거는 당기면 나가지만, 바이크는 기어를 넣고 반클러치를 써야 합니다. 공터에서 하루 이틀 정도 출발/정지 연습만 하시면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요약] 마음은 듀크에 가 있지만 머리는 CB를 외치고 계시는군요. "입문은 혼다"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바이크 라이프의 첫 단추를 정비소 대기실이 아닌 도로 위에서 끼우고 싶다면, CB125R로 시작하세요. 디자인이 아쉽다면 헬멧이나 재킷을 멋진 걸로 사서 보완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안전한 라이딩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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