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풀러 없이 쩔어붙은 휀 임펠러, 어떻게 빼야 할까? (녹 제거와 열팽창의 과학)

 

 천안 공단의 30년 묵은 송풍기와 김 반장의 '불쇼'

2026년 2월의 어느 날, 충남 천안의 한 오래된 섬유 공장. 기계실 구석에서 둔탁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입사 1년 차인 정비팀 막내 민수는 울상인 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성인 남성 상반신만한 크기의 시로코 팬(Sirocco Fan)이 버티고 있었다.

"아니, 이게 왜 안 빠지는 거야! 볼트도 다 풀었는데!"

민수는 녹이 슬어 붉게 변한 모터 샤프트와 임펠러 보스(Boss) 사이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공간이 너무 협소했다. 모터와 케이싱 사이가 주먹 하나 들어갈 틈도 없어, 정석대로라면 기어풀러(뿌리누끼)를 걸어서 당겨야 하지만, 풀러의 발(Jaw)을 걸 공간조차 나오지 않았다. WD-40을 한 통이나 비웠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어이, 신입. 아직도 그 녀석이랑 씨름 중이냐?" 

하며 김 반장이 나타났다. 김 반장은 손에 든 산소토치와 커다란 오함마(슬레지해머), 그리고 쇠지렛대(빠루)를 내려놓았다.

"반장님, 이거 용접된 수준이에요. 풀러도 안 들어가고... 그라인더로 잘라내야 할까요?"

김 반장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르면 휀 밸런스 다 깨져서 못 써. 기계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물리학으로 하는 거야. 쇠는 열을 받으면 늘어나고, 식으면 줄어들지. 그 틈을 노리는 거야."

김 반장은 토치에 불을 붙였다. 파란 불꽃이 임펠러의 중심부인 보스(Hub)를 향해 맹렬히 뿜어져 나왔다. 

"샤프트(축)는 달구지 말고, 겉에 있는 임펠러 구멍 쪽만 달궈야 해. 그래야 구멍이 넓어지거든."

5분 정도 지났을까, 매캐한 냄새와 함께 녹이 타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김 반장은 불을 끄더니 재빨리 쇠지렛대 두 개를 임펠러 뒷면에 대칭으로 꽂아 넣었다. 그리고 민수에게 눈짓했다.

"자, 내가 지렛대로 텐션을 줄 테니까, 너는 저기 쇠봉(동봉)을 샤프트 가운데 대고 망치로 딱 한 번만 세게 쳐봐. 쇼크를 주는 거야."

민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샤프트 정중앙에 쇠봉을 댄 뒤 힘껏 내리쳤다. 

깡-! 그 순간, "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꼼짝도 않던 임펠러가 앞으로 1cm 튀어 나왔다. 마치 3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소리였다.

"봤지? 쇠도 달래가면서 해야 말을 듣는 거야." 

김 반장의 미소 뒤로, 민수는 또 하나를 배웠다. 현장은 교과서에 없는 요령이 지배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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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Heat)과 타격(Shock), 그리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세요.

공간이 없어 기어풀러를 사용할 수 없고, 녹에 의해 샤프트와 임펠러가 완전히 고착(Seized)된 상황이라면, '열팽창'과 '충격파'를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 핵심 해결 솔루션 3단계

  1. 침투 및 전처리: 고착된 부위에 침투왕(Penetrating Oil)을 충분히 뿌리고, 임펠러를 고정하고 있는 무두볼트(Set Screw)를 반드시 제거했는지 확인합니다. (이중으로 박혀있는 경우도 있으니 구멍 안을 잘 보세요.)

  2. 국소 가열 (Heating): 산소토치나 토치 램프를 이용해 샤프트가 아닌 임펠러의 보스(Hub, 축이 끼워진 구멍 주변)만 집중적으로 가열합니다. 쇠는 열을 받으면 팽창하므로, 보스 구멍을 미세하게 넓혀 샤프트와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3. 지렛대와 타격 (Prying & Hammering): 임펠러 뒤쪽에 배척(빠루) 2개를 양쪽 대칭으로 꽂아 앞으로 밀어내는 힘(텐션)을 준 상태에서, 샤프트 정중앙을 망치와 펀치(동봉)로 강하게 타격하여 충격으로 떼어냅니다.


📝 고착된 임펠러 분리의 상세 테크닉

질문자님의 상황처럼 공간이 협소하고 심하게 녹이 슨 경우, 무리하게 힘만 주면 샤프트가 휘거나 모터 베어링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상세 절차를 따라 안전하게 작업하세요.

1. 사전 준비: 숨겨진 복병 찾기 🧐

  • 세트 스크류(Set Screw) 확인: 임펠러 보스에는 축과 헛돌지 않게 고정하는 무두볼트가 있습니다. 녹에 덮여 안 보일 수 있으니 와이어 브러시로 긁어내고 육각 렌치로 풀어야 합니다. 가끔 볼트 위에 또 하나의 볼트가 박혀있는(이중 잠금) 경우가 있으니 구멍 속을 끝까지 확인하세요.

  • 사포질: 샤프트 끝부분(임펠러가 빠져나올 길)에 녹이 있다면 사포로 매끈하게 갈아주세요. 나오는 길에 녹 턱이 있으면 걸려서 안 빠집니다.

2. 화학적 요법: 침투유의 기다림 ⏳

  • WD-40이나 전문 침투유(Penetrating Oil)를 샤프트와 보스 사이 틈새에 듬뿍 뿌립니다.

  • 가능하다면 하루 정도 불려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급하다면 뿌리고 30분 정도 기다린 후 가열하세요.

3. 물리학적 요법: 열팽창 (Thermal Expansion) 🔥

기어풀러를 걸 수 없을 때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 가열 포인트: 샤프트(축)를 가열하면 축도 같이 팽창해서 더 꽉 끼게 됩니다. 반드시 축은 피하고, 축을 감싸고 있는 임펠러의 보스(두꺼운 부분) 외곽을 원을 그리며 가열하세요.

  • 온도: 너무 빨갛게 달구면 재질이 변형될 수 있으니, 침투유가 연기를 내며 증발할 정도로(약 200~300도) 가열합니다.

4. 역학적 요법: 충격과 텐션 (Shock & Tension) 🔨

  • 2인 1조 작업 추천: 한 사람은 임펠러 뒤쪽에서 두 개의 지렛대(빠루)를 이용해 임펠러를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계속 줍니다. (공간이 없다면 쐐기 등을 박아두세요.)

  • 타격: 다른 한 사람은 망치로 샤프트의 정중앙을 때립니다. 이때, 샤프트 나사산이 망가지지 않도록 동봉(황동)이나 나무토막, 혹은 못 쓰는 너트를 대고 때려야 합니다.

  • 원리: 지렛대는 "나오려는 힘"을 주고, 망치 타격은 "고착된 녹을 깨는 진동"을 줍니다. 이 두 힘이 합쳐질 때 '텅' 하고 빠집니다.

5. 최후의 수단: 탭 가공 (Tapping) ⚙️

위 방법으로도 안 되고 공간도 없다면, 임펠러 보스 쪽에 구멍을 2개 뚫고 탭(나사산)을 냅니다. 그 구멍에 볼트를 박아 넣으면서 밀어내는 방식(자작 풀러 원리)을 써야 하는데, 이는 전문 장비가 필요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A)

Q1. 망치로 때리다가 모터 축이 휘면 어떡하나요? 

👉 A. 그래서 '쇼크(충격)'만 주어야 합니다. 망치로 무식하게 계속 때리면 모터 베어링이 나가거나 축이 휩니다. "탁! 탁!" 끊어 치는 느낌으로 충격파를 전달해야 하며, 반드시 임펠러 뒤쪽에서 지렛대로 받쳐주어야 충격이 분산되지 않고 분리에 집중됩니다.

Q2. 기어풀러 말고 다른 공구는 없나요? 

👉 A. '체인 풀러'나 '유압 풀러'를 고려해 보세요. 일반 3발 풀러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면, 체인으로 감아서 당기는 풀러나, 아주 얇은 발을 가진 베어링 풀러 세트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전혀' 없다면 위에 설명한 가열법이 최선입니다.

Q3. 토치가 없는데 히트건으로도 되나요? 

👉 A. 쩔어붙은 정도가 심하면 약합니다. 히트건은 온도가 낮고 열이 넓게 퍼져서, 보스만 급격히 팽창시켜야 하는 이 작업에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휴대용 부탄가스 토치라도 사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Q4. 빠지긴 했는데 반쯤 나오다 걸렸어요. 

👉 A. 샤프트의 녹이나 상처 때문입니다. 나오다가 걸렸다면 억지로 빼지 말고, 다시 살짝 집어넣은 뒤 샤프트의 노출된 부분(빠져나올 길)을 사포나 줄(Ya-suri)로 깨끗이 갈아내고 기름을 바른 뒤 다시 시도하세요. 키(Key)가 씹혀서 그럴 수도 있으니 키의 위치도 확인하세요.

Q5. 다시 조립할 때 안 쩔게 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 A. '고착 방지제(Anti-Seize)'를 바르세요. 조립 전에 샤프트와 보스 내면에 녹을 완전히 제거하고, 구리 성분이 들어간 고착 방지제(안티시즈)나 그리스를 얇게 펴 바르고 조립하면 다음 정비 때 훨씬 수월하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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